오늘 새벽 일곱 시에 의뢰인 아침 먹는 거 기다려가며 스냅 찍고 옴. 야심차게 인화기도 장만했건만 여름에 시작해선 이게 두 번째 스냅이니 이제야 간신히 적자를 면한 거임. 카메라 가격은 산수에 넣지도 않음 ㅋㅋ
이건 당장에 내가 재미있어 하는 취미를 돈벌이 삼았을 때 생길 수 있는
그 자그마한 괴리감을 나는 견딜 수 있나 간보려고 시도해본 직업 체험임
더 정확히는 그 괴리감을 느끼는 게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가졌을 때 겪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애환보다 더 나을까 저울질하려고 했던 건데
이런 류의 타협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됨.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억지 텐션을 두 시간 내내 유지하면서 이뻐요~ 좋아요~ (나중엔 쉰 목소리 남) 해야 하는 것도 힘들고 날씨가 안 좋으면 현장에서 리뷰해주는 무보정본 사진들이 너무 안 예쁜데 그때 실시간으로 마주하게 되는 고객 리액션들에 나도 같이 저기압 됨. 그 분위기를 다시 살릴 만한 스킬이 아직 나에게 없는 듯ㅠ
내가 어떤 배려나 위해준 것이 있다면 고객이 알 수라도 있게 생색을 내고 한 번씩 에둘러 기분 좋게끔 (본인이 ‘대접’ 받았다라는 걸 알게 하기 위함임)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내가 그런 걸 전혀 못한다는 것도 스냅 두 번 찍으면서 느낌.
기본적으로 누구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게 찍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재미가 없음.
또한 프리랜서로서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일감이 주된 수입원이 된다 생각한다면 역시 불안하다.
그거 두 번 찍었다고 카메라에 좀 미적지근해지기도 했는데 이건 내가 생각해도 우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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