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체라기보단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독일어권 나라들과 핀란드에 해당하는 문화인 것 같은데 나무위키 검색해보니
독일에는 현재에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혼탕이 있으며 대부분 건식/습식 사우나를 구비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성(性)에 대해 개방적이라서 남 앞에서 신체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기 때문. 비스바덴, 바덴바덴 등 지명에 baden[1]이 들어가 있으면 어디든 목욕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젊은 여자도, 남자도 많지만 다들 묵묵히 자기 일에만 열중하거나 담소만 나눈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는 타인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등의 행동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강제로 쫓겨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몸을 자연스럽게 여기되, 신체에 대한 평가나 비판보다는 건강한 생활과 휴식이 강조되는 에티켓이 있기에 저런 시설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나체주의 항목도 참조.
사실, 의외로 이런 데서 실제로 목욕을 해보면 그렇게 성적 감흥 같은 게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곳은 친구들끼리, 커플끼리 놀러가기도 하는 곳이다. 체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호스텔에도 이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중부유럽, 혹은 핀란드의 사례를 보면 동부까지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이런 일이 흔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위키 <혼욕>
나체족의 이념은 자연주의에서 나왔다. 즉, 태초의 인간을 나체족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지만 나체족의 이념은 태초의 인간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 지향한다. 나체족들이 처음 등장한 곳은 독일을 위시한 중부, 북부 유럽 지역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지역은 위도가 높고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라 맑은 날이 드물다. 사람은 햇빛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지역에서는 여름을 제외하면 햇빛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어쩌다 맑은 날이 오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광욕을 하는데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야외에서 옷을 다 벗고 일광욕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체족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
전 세계에서 나체족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인들은 일반적으로 나체에 관대한 편으로, 베를린의 티어가르텐(Tiergarten)이나 뮌헨의 잉글리시가든(English Garden) 등에 가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가벗고 일광욕을 즐기고 배드민턴 등의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걸 볼 수 있다. … 연령대가 다양한 이유는 가족 단위 나체족이 많기 때문이다. 나체주의를 독일어로는 약칭으로 FKK(Freikörperkultur)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FKK의 역사가 매우 깊은데 그 이유는 상기했듯이 독일이 일조량이 부족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혼탕도 FKK에서 파생된 것이다. 19세기 말 권위주의와 도시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해서 동독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나무위키 <나체주의자>
지금이야 일주일에 한두번 꼬박꼬박 가지만(비싸서 그 이상은 못 감) 처음 독일의 마인드셋을 접했을 땐 나름 충격이 컸다.
작년 겨울 헬스장에서였다. 내가 다니던 곳은 꽤 큰 센터라 회원이라면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를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여기 사우나가 혼성 누드라는 걸 귀동냥으로 듣고 갔던 터라 수영장 가는 길목에 나체로 걸어다니는 남성들을 마주쳐도 태연할 수 있었다. (며칠만에 익숙해져선 엄마와 통화하다가 이 상황을 조금 익살맞게 표현해봤는데, 엄마는 엄마대로 충격 받고 딸 걱정에 며칠 밤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로부터 며칠 뒤에 벌어졌다. 여성 탈의실에서 샤워를 마친 뒤 거울 앞에서 바디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아니 헬스장 마감이 다가온다고 남자 스탭프가 여성 탈의실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저 복도를 걸어오는 게 아닌가. 난 그대로 굳었고 남자는 거울로 내게 눈인사까지 날리고선 퇴장했다. 사우나 안에선 더 이상 네 알몸이든 내 알몸이든 상관이 없어진 시점인데도 1. 탈의실은 나름 여성 전용이고 2. 나만 알몸, 걔는 옷 입고 있었음. 이 종합적인 상황이 날 너무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근데 돌아보면 이 때 이후로 혼욕을 ‘이색 문화’가 아닌 그냥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누드에 대해 오스트리아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냥 뭐~ 뭐.. 그냥 뭐 앞집 남녀가 태닝하러 알몸으로 테라스 나와도 별 생각 안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누드는 자연스럽다. 가 기본 마인드셋이라 누드 자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등산 갔다가 훌러덩 벗고 계곡물에 입수 중인 여성 둘을 마주쳤음. 반면 한국에선 누드에 수치심을 갖게 하는 문화가 강해서 되려 화장실 몰카같은 음침한 범죄들이 일어나게 된 것 아닐까. (그리고 독일 야동은 비디에스엠처럼 과격한 페티쉬의 영상물을 많이 제작하기로 유명하다고 함. 다른 문화권보다 알몸 자체에 대해 갖는 섹슈얼한 느낌이 적다 보니 가혹한 페티시를 많이 찾게 되는 것 같음)
무엇보다 사우나 하면 피부가 너무 보들보들해진다. 옷을 안 입고 있으니까 땀을 비오듯 주륵주륵 흘리더라도 잠깐 물 적시고 탕에 들어가면 그만이라 쾌적하고, 나체로 바람을 맞는 데 드는 묘한 해방감이 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더 건강해지는 기분.
이제 서술어를 짧게 하고 내가 다니는 사우나를 묘사해보겠음. 칠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주변 건물들 사이 저 홀로 곡선이 아름다운 최신식 건물임. 3층은 수영장(안 가봄), 5층은 사우나임.

사우나 네 시간권에 일반인 20유로, 학생 18유로. 탈의실부터 남녀 공용임.

탕은 야외에 있음. 심플하게 냉탕과 온탕 각각 한 개가 전부이고 온탕 물이 뜨끈하진 않은데 Salz(소금)burg(마을) 지명에 알맞게 몸에 좋은 소금이 들어 있음. 이게 피부에 글케 좋다네. 뷰가 서향이라 해질녘에 오면 예쁨.
여기서 냉수마찰의 맛을 알게 되었음. 사우나 후에 열기 뿜으면서 저벅저벅 들어가면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득찬 인간이 됨. 잡념이나 걱정이 싹 가시고 내 심장 박동과 얼얼해지는 손가락만 느껴짐.
사우나 내부는 촬영 금지라 구글맵 후기에도 사진이 없음. 다음 사진들은 모두 구글에 European sauna staff fanning 으로 검색하여 나온 것을 퍼옴.
내가 다니는 사우나에는 두 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나는 매 정각에 90도 건식 사우나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하나는 2시 30분, 4시 30분처럼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50도 습식 사우나에서 이루어짐. 사람 많은 날 가면 너무 붐벼서 10분 전에 가서 먼저 앉아 있어야 함.
우선 90도 건식 사우나는 이렇게 삼층 의자로 이루어진 가장 큰 사우나 룸임. 가운데 화로와 돌이 있음.

스탭(수영복 입음)이 처음 들어오면 본인 이름을 밝히면서 인사를 하고, 돌에 함께 뿌리는 향기가 무엇이고(레몬, 허브, 기타 약초 등) 그 효능이 어떤지 설명함. 이때 농담을 거는 손님이 있으면 주고받으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듦. 오늘 유우머를 책임졌던 36세 남자는 말이 너무 많이 일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같았지만, 끊임없이 멘트를 시도하는 그 자세 리스펙했음.
프로그램 시작하면서 스탭은 가져온 물이나 얼음을 돌 위에 뿌리면서 공기를 뜨겁게 만듦. 높은 층일수록 뜨거운데 아직 난 2층따리임.


증기가 나오면 이렇게 수건이나 큰 부채를 이용해 열기가 잘 순환되게 하면서 공기를 더 더 달굼 그리고 사람들 앞으로 가서 한 명씩 뜨거운 바람 쐐어주는 게 하이라이트임. 그거 한 방 맞으면 땀구멍이 퍽 열리면서 땀을 비오듯 줄줄 흘리게 됨
스탭마다 애용하는 도구도 다르고 (깃발, 수건, 부채 등등) 그 스타일이나 힘의 강도, 몸짓도 다양해서 한 편의 무대를 보는 것 같음. 오늘 4시 6시 타임을 담당했던 테레자는 젊은 여성으로, 초면이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음. 무용 하는 것처럼 우아한 몸짓인 데다 불필요한 힘을 전혀 쓰지 않는데, 어쩜 그렇게 공기가 후덥지근 확 달아오르는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남자 스탭들이나 힘과 기교 모두 부족한 이전 여자 스탭들과 달랐음. 두세바퀴 후 돈 후 스탭이 Danke. 하고 마치는데 브라보와 환호성이 빗발쳤음.
습식 사우나 이미지는 잘 안 나와서 글로만 설명. 30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그냥 거기 시간 맞춰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스탭이 꿀이나 설탕이나 소금 나눠주는 거임. 그걸 눈 아래부터 발끝까지 바르고(등은 옆자리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함) 증기로 흡수시키면서 피부가 더 보드라워 짐. 난 꿀이 가장 좋음 입에 들어가도 맛있고.

가끔 보면 이런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 처음엔 나체로 모자만 쓰고 있는 게 개쿨해 보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슬슬 진짜 탐나는 거임. 멋진 모자들에는 날개도 달려 있고 뽀로로처럼 안경도 달려 있음. 오늘 유우머를 책임졌던 서른 여섯살 남자가 마침 이걸 쓰고 있길래 이게 머에 좋냐 물어보니까 열기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준다고 함. 사우나 후에 쇼크 오는 게 이런 모자로 방지가 되려나 싶은데 아무튼 쿨한 건 쿨한 거임. 아마존에서 샀대서 방금 찾아봤고 20유로를 훌쩍 넘기는 가격에 이거 순 바가지인 걸 알게 됨. 초딩 때 준비물이라 문방구에서 아침에 삼백원 주고 부랴부랴 사가던 그 싸구려 모직이란 말임.
사우나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다양해서 재밌음. 지난주에는 푸근한 인상의 수다스런 아주머니 둘이 꼭 붙어 다니시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다니셨음. 그리고 조금 이따가 프로그램 때문에 건식 사우나에 들어갔는데 그 큰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한 청년의 몸을 보고 있는 거임. 들어보니 아주머니들이 청년의 몸에 있는 문신들을 이것저것 가리키면서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묻고 있었고, 뒤에 앉은 할아버지는 짱멋지다면서 자기 하얀 맨몸에도 그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함. 알몸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서 이렇게 조곤조곤 대화하는 거 보는데 안 행복해질 수가 없음.
릴렉스된 상태라 그런지 사람들도 눈만 마주치면 모두 생긋거리고(방금 생각해보니 우선 내가 거기서 계속 웃고 다니니까 돌아오는 눈빛도 그런가 봄.) 피로도 싹 가시고. 18유로에 천국 네 시간 체험판 구매하는 격.
머.. 성기에 피어싱 한 사람들이 남녀할 것 없이 은근 많아서 신기했고 같이 오는 커플들은 literally 너무 부럽고.. 가끔 가다 여자든 남자든 정말 아름다운 몸들이 보이는데 여전히 섹슈얼한 느낌은 없이 조각상이 지나가는 것 같음.
일요일이라 온종일 사우나에서 지지고 돌아와 쓰는 블로그임.
요즘은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전략 짜느라 마음이 바쁨. 입장과 동시에 90도 사우나로 직행해서 부채질 맞고 냉수마찰 후 소금탕 그리고 다음 프로그램들을 위한 눈치게임의 연속… 이제 거기서 샤워도 사치라는 걸 깨달아서 간단하게 물로만 헹구고 나옴. 비누칠이야 집에서 자기 전에 하는 게 더 맘 편하니깐은
다음주에는 사우나 세 번 갈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부디 이루게 해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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