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선희>에서 선희는 유학 추천서를 받기 위해 만난 교수에게 들은 ‘끝까지 파고 가야 된다’는 잔소리를 상투적으로 네네 넘기고선
그날 오후에 치킨집에서 전남친을 만나 ‘끝까지 파고 가야돼!!!!!!!’ 오지랖 부림. 전남친은 그걸 썩은 표정으로 듣다가 저녁에 아는 형 만나
형.. 파고 가고 파고 가고.. 파고. 가야지.. 아니 내말 들어봐 파고 가고 파고 가고 파고 가야지… 나를 알 수 있는 거라니까?
요즘 읽은 책들 돌려 읽고 있다. 엊그젠 얼마 읽다 포기했던 파스칼 <팡셰>를 들었는데 ㅋㅋ 작년 봄 내가 친구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한 조언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감명 깊었는지 밑줄까지 휘갈겨 쳐져 있는데 딱 거기까지 읽고서 몇 달을 책장에 박아두고 까먹고 있었다.
중식집 앞에서 친구 얼굴 보고 (팡셰에 근거한) 말을 뱉을 땐 나도 감화되어 술술 (선희의 전남친 이선균처럼) 나왔는데 웃기게도 딱 며칠 지나니 구체적으로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헤르만 헤세의 자아/선악 개념과 파스칼의 당위/태만 개념 그리고 무엇이 잠깐 내 몸에 머물렀을 적의 헛소리에 가깝다.
최근에 그 친구가 조언 고마웠다고 하는데 부끄럽진 않았다. 도움 되었음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해주어 고마웠다.
다만 이 영화를 떠올리고서 바라게 된 것은 한 이미지인데, 그 친구가 나중에 아주 감화된 상태로 자신 친구에게 같은 말을 (침튀기며) 뱉는. 야 다른 거 차치하고 그건 자기 신의를 배신하는 문제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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