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똑똑한 구석이 있다
전에 지인이랑 대화하다가 넌 니가 똑똑하다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음. 고민하더니 자기가 잘하는 분야는 있다고 말했음. 사례 사례들이 있으면 그걸 모아 추상화(일반화)하는 것에 능하다고. 그건 나도 인정하는 능력이었음. 통찰이라 해야 할까. 내가 말하는 어떤 일화들에 자기 해석을 불어넣어 추상화하는 식의 대화가 많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 다만 나중에 그 사람이랑은 ’날 니멋대로 일반화하지 마!!!!!!!‘ 외치며 끝남.
이후로 내게 똑똑한 구석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해봄. 나는 맥락을 부여하는 데 비교적 능력이 있는 것 같음. 친구가 나한테 ’소설‘ 같이 산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건 자기 삶을 ’영화‘로 비유한 것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음. 친구가 말하는 본인 삶은 어떤 굵직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음. 영화 사조 중에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가까움. 큰 사건들 위주로 기억하고 그 속의 고통받는, 즐거워 하는 인물로 자신을 캐릭터화하는 편(이건 사건 아래 실시간으로 이루어짐).
내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음. 비교하자면 보다 작은 사건들 혹은 대화들 아니면 그 시기 주된 고민들. 말하는 방식도 사건 위주이기보다는 내 내면 위주. 그래서 사건들도 그 당시 단순한 사실로 남기보단 계속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짐. 친구랑 얘기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의 영향도 받나 싶었는데 이건 새삼 무서웠음. 지대한 영향인 듯해서.
무튼 나를 맥락 속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맥락으로 인식함. 사람을 두고 불현듯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고 나면 그 맥락이 두꺼워지는, 그러니까 맥락을 뒷받침하는 소스들이 앞뒤로 끼워짐. 그 소스들엔 언젠가 받은 인상부터 그 사람이 5년 전에 겪은 것으로 들은 일,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모든 것, 혹은 어디서 주워들은, 공부한 적 있는 이론까지 총동원됨. 나한텐 이 맥락이라는 게 큰 유희거리일 뿐, 가치판단의 영역은 아님. 하나의 해석이지만, 그걸 떡하니 부여받는 상대 입장에선 소름돋을 수도 있을 것 같음.
언젠가 나도 ‘함부로 내 맥락을 규정하지 마!!!!’ 하고 손절 당할 일이 있지 않을까?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