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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좋은 점

홍지우 2024. 12. 4. 10:57

건강하게 먹고자 한다면 한없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음. 방울 토마토도 줄기에 달린 채로 파는 게 이곳의 유기농 마인드


특히 DM(데엠)이라고 화장품-식료품-영양제 다 파는 스토어가 있는데 다운타운에선 체감상 반경 50미터에 하나씩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방방 곳곳에 깔려 있음.

여기서 데엠 자체생산으로 파는 유기농 식료품들이 되게 괜찮음. 채식주의 옵션도 다양하고 현미 잡곡 같은 것도 구할 수 있고 유제품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품들도 매우 다양하게 제시해줌.



한국 엠지답게 요즘 저속노화 식단에 꽂혀서 여기 식료품 코너 서성거리는 취미가 생김 그리고 오늘 현미 요거트(?!)를 발견. 요거트 치즈 우유 절대 못 먹는 내게 한 줄기의 빛과 같이 보였음. 절묘하게도 그게 가판 윗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손을 죽 뻗어 주님 영접하듯 바구니에 담아 옴. 바닐라와 플레인을 시도해봤는데

욱 둘 다 역겨운 맛이었음. 요거트에 미련을 못 지워서 대체품을 찾아 다녔건만…

이걸 계기로 요거트는 그냥 포기해버리기로 함.


앰지의 구원자 정희원 교수님께선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멀리하세요’라고 하심. 여기서 단순당은 콜라나 바닐라 라떼 등에 들어 있는 당을, 정제곡물은 흰쌀밥, 감자, 밀가루 등을 의미함. 단순당은 그렇다 쳐도 저 하얀 것들은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나 해서 막막하던 와중

또 데엠을 서성거려보니 엄청 거칠고 갈색인데다 입자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 맛없어 보이는) 빵이 있는 거임. 부피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게 알맹이 있는 녀석 같았음. 시험 삼아 세 종류 사왔고 오늘 저녁으로 한 조각 먹어봤는데 나쁘지 않았음. 앞으론 밥 대신 이 빵을 먹기로 함.


이곳 음식에서 자극적인 맛이란 단순히 ‘짠 것’에 치중되어 있어서 중독성이 심하지 않음. 물 많이 마시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라 a를 먹으니 b가 땡기고 그 다음엔 c가 땡기는 불상사가 없음. 그래서 딱히 의지를 불태우지 않아도 우선 환경이 도와주는 몫이 큰 듯.


또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건강 관심도가 한국보다 더 높다고 느낌. 우선 오스트리아인들은 레스토랑에서 콜라/환타/스프라이트보다 레몬 소다를 훨씬 많이 주문함. 얼마 전 한국에서 레몬물이 유행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선 레몬소다 안 파는 레스토랑이 없음. 국화차 사랑하는 것도 그렇고 진통제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그렇고.. 한국서 이게 좋대 저게 좋대 하는 것들 다 데엠에 이미 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신기했음.


원래 서양의학 말곤 아무 것도 안 믿었는데 여기 와서 음식과 운동의 중요성, 수면의 질과 규칙적인 생활, 스트레스 관리 등등 기초적인 건강 상식들을 인정하게 되었음. 게다가 지난 몇 년간 앓아온 지병이 여기서 호전되면서 내가 보는 매체와 환경 경험 삼박자가 들어맞은 상황

이제 남은 건 실천 뿐임.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더 가벼운 몸을 위해…


저속노화 급속사망 레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