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인스타 지우고 좋은 점

홍지우 2024. 11. 22. 00:16

소비 욕구가 많이 줄어듦. 물욕 뿐 아니라 식욕도

인스타는 무한소비를 조장하는 데 최적화된 소셜 미디어인 것 같음.

의식주, 네일, 인테리어 소품, 라이프 스타일까지 사람들의 생활 대부분이 소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인스타로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유저들로 하여금 타인의 소비를 계속 지켜보게 하기 때문

그때 사람들은 그걸 자기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됨. 1) A가 입은 핏 예쁜 니트를 보고서 비슷한 걸 갖고 싶단 욕구를 갖게 되는 것 2) 맛집 인스타 계정들의 자극적인 음식 릴스를 보고 갑자기 해당 음식에 식탐을 느끼게 되는 것 등등.



내겐 특히 맛집 계정들의 영상으로 생기는 욕망들이 주체하기 어려웠음. 앱을 지운 지금 그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니 어차피 여기서 먹지도 못하는 곱창전골 같은 것에 헛된 욕망을 품지 않게 되었고 삶의 질이 매우 나아짐(너무 금방 사라져서 신기했음). 그리고 얼마 전엔 아는 분이 김을 구해다 주셔서 쌀밥에 싸서 먹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음! 지금은 열 여섯 봉지 남은 도시락 김이 내게 밥때를 기다리게 하는 행복이 됨


그래서 이렇게 옷을 사거나 음식을 먹음으로써 충족되는 단발적인 욕망들이 많아질수록 개개인에게 또 사회에게 해롭겠다는 생각이 듦. 그 Y or N의 단순함이 사람을 되게 집요하게 만들어서, 이루지 못한 욕망에 집착하고 무가치하게 시간 투자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도록 하는 듯.




추가) 대리 만족이라는 단어도 눈가리고 아웅 같음. 어떻게 ‘남’이 즐기는 사진과 영상 따위로 ‘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데. 시험 기간에 나도 그 ‘대리만족’에 속아 새벽 세 시마다 떡볶이 치킨 이런 자극적인 음식 먹방들을 찾아 봤는데 괜히 식욕만 더 돋고 항상 배민 엔딩이었음.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맛있는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음에도 꾸역꾸역 배달비 4000원 내가면서 시켜 먹었음. 나는 못 먹는 걸 쟤가 먹고 있다는 게 미치게 샘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