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길 궁리하는 대학생



gpt가 제안하고 내가 컨펌한 일일 계획표이다. open AI 4o 나오면서 무료 버전도 엄청 좋아졌다. 대체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다니 이제 한 5-10년 동안은 누가 누가 gpt 잘 부려먹나로 판가름 날 것 같다. 프롬프트만 따오면 한 계정으로 스케줄 관리자GPT, 어학 과외 GPT들, 토론 상대 GPT, 시사 요약 GPT, 트립 어드바이저 GPT, 개인 맞춤 심리상담 GPT … 빙산의 일각이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시간과 돈이 비약적으로 절감되니 이제 이게 인간 노동의 수요를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신기하고 유용하지만 이제 밥벌어 먹고 살 일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입장에선 갈피를 못 잡게 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그 직업이 ‘살아남을까’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살아 남기야 하겠지 적어도 향후 20년 정도는.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툴이 끊임없이 개발되어 인간이 들이는 노동력의 품이 줄다 보면, 더 적은 인원이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어떤 직군이든 상위 10-20퍼센트만 남고 나머지는 손가락 빨고 있게 되지 않을까 (AI가 언어 생성형 모델이라 문과 직무에도 큰 타격이다) 난 그 스무 명에 들어갈 자신이 없다. 사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여튼간에 이렇게 진로 고민을 계속 하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 나눌 때 이 주제를 종종 꺼내게 된다. 그 중 인상 깊은 대화가 하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전 예율과의 통화에서 들은, 예율의 한 가지 변화와도 맥이 같았다.
한 남자가 있다. 이제 막 서른줄에 들어선 이 사람은 원래 학부에서 미술 실기를 전공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그의 손은 주로 바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실력도 꽤 인정 받아 그게 본인 살 길인가보다 하고 있었다고 한다. 와중에 한 번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작품을 창작할 때보다 작품의 해석을 대중과 나눌 때에 더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미술사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교수를 잘 못 만나 자퇴하고, 취업했다가 퇴사한 뒤 다시 한 번 대학원 진학에 도전하는 중이다.
예율의 변화도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율은 자신의 특성과 처한 현실을 감안하여 자신이 원하던 진로를 살짝 비틀었다. 그건 예율이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본인이 원하는 삶의 모습, 그 핵심을 아는 사람은 꺾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직업의 이름보다 삶의 방식이 중요시될 때 다양한 길이 열리기 때문에. 2분 남짓한 그 이야기 가운데 내가 그간 이상한 핀트에서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머리에 전구가 확 들어오듯이
위의 남자는 본인 얘길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민망해하면서도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하단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 말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서른 다섯살 남자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돈은 어~~떤 식으로든 벌 수 있다고. 셋 다 달큰하게 취기 오른 얼굴로, 당신들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거리다가 헤어졌다. 매우 시적인 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꼬박 지새우던 지난 월요일 새벽에는 내게도 샛길이 보였다. 그게 현재 오스트리아 생활의 변곡점이 될 거란 예감이 든다.